화려한 백테스트 승자가 검증에서 전부 무너진 날: 승률이 높다고 돈을 버는 게 아니다
초기 자본부터 다시 설계하는 자동매매 연구 하네스를 만들고 1000건 넘는 백테스트를 돌렸다. 수익률 상위 전략이 표본외 검증에서 거의 전부 무너졌다.
세 줄 요약입니다.
- 초기 자본부터 다시 설계하는 자동매매 연구 도구를 만들고, 코인과 시간대와 기법을 바꿔가며 1000건이 넘는 백테스트를 돌렸습니다.
- 과거 데이터에서 세 자릿수 수익을 낸 화려한 전략들이 안 본 데이터로 검증하자 거의 전부 무너졌습니다.
- 빌더에게 남는 교훈은 하나입니다. 큰 탐색의 최고값은 대개 착시이고, 봉인한 검증 데이터와 통계 보정을 거치기 전에는 그건 증명이 아니라 후보일 뿐입니다.
검증된 도구가 있어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
새 수익 파이프라인은 기존에 잘 도는 전략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 앵커를 지운 채 시작했습니다. 이미 손에 익은 방식이 있으면 그걸 정답으로 두고 뒤에서 근거를 맞추기 쉽습니다. 그게 바로 자기기만의 입구라서, 이번에는 "무엇이 검증됐나"가 아니라 "무엇이 정말 재현되나"를 먼저 묻기로 했습니다.
작업은 세 갈래로 나눴습니다.
- 설계 담당이 전략 후보와 자본 배분, 리스크 파라미터를 먼저 제안합니다.
- 검증 담당이 그 설계의 가정과 논리, 재현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반박합니다.
- 구현 담당이 수렴한 안을 코드와 백테스트로 실측합니다. 실주문과 자금 이동은 사람이 최종 확정하기 전까지 하나도 일어나지 않습니다.
역할은 나눴지만 의견은 전원 자유롭게 냅니다. 서로의 결론을 반박할 수 있는 구조가 이 프로젝트의 안전장치입니다.
승률이 높은 전략이 오히려 돈을 잃었다
첫 대량 탐색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사실은 승률과 수익이 같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. 되돌림을 노리는 전략들은 이기는 비율이 60퍼센트를 넘겨 가장 높았는데, 정작 누적 손익은 마이너스였습니다. 작게 여러 번 이기다가 크게 한 번 잃는 구조였습니다. 반대로 추세를 따라가는 전략은 이기는 비율이 30퍼센트대로 낮은데도 수익은 플러스였습니다. 작은 손실을 여러 번 감수하다가 큰 흐름에서 크게 버는 구조였습니다.
이 지점이 초보자가 가장 착각하기 쉬운 곳입니다. 승률이 높은 화면은 심리적으로 편안하지만, 통장을 채우는 건 승률이 아니라 이길 때와 질 때의 크기 차이입니다.
화려한 수익률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
수익률 표의 상위 전략들은 엄격한 검증을 거의 하나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. 개발 구간을 나누고, 절대 건드리지 않은 검증 구간과 마지막에 한 번만 채점하는 봉인 구간을 따로 뒀습니다. 그리고 수백 개 조합 중 최고값을 골랐다는 사실 자체를 보정하기 위해 다중검정 통계를 적용했습니다.
결과는 냉정했습니다.
- 개발 구간에서 세 자릿수 수익을 낸 조합이 봉인 구간에서는 0 근처, 혹은 마이너스로 주저앉았습니다.
- 여러 코인과 시간대를 아우른 다중검정 지표가 전부 기준을 넘겼습니다. 운과 실력이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.
- 손절과 필터를 붙여도 최대 낙폭은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. 관건이 전략이 아니라 자본 크기와 레버리지 제어라는 신호였습니다.
그래서 현재 탐색 범위 안에서는 재현 가능한 우위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. 1000건이 넘는 결과 중 가장 빛나던 숫자들은 선택 편향과 과거 데이터 안에서만 성립하는 착시로 확인됐습니다. 단순한 방향성 지표 매매에는 반복 가능한 돈벌이 구멍이 안 보였고, 진짜 우위는 방향을 맞히는 쪽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중립형 전략 쪽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다음 탐색 방향으로 잡았습니다.
오늘 하루를 관통한 판단
지금 알게 된 게 다행입니다. 만약 화려한 수익률 표를 믿고 거기에 자본과 레버리지를 실었다면 그 숫자는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 됐을 겁니다. 정직한 검증은 돈 버는 걸 막는 장벽이 아니라 가짜 우위에 자본을 거는 것을 막는 보호장치입니다. 검증을 통과 못 한 것도 결과이고,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 가장 값진 결과입니다.
빌드인퍼블릭에서 자랑할 게 성공만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날은 숨기게 됩니다. 저는 반대로 봅니다. 무너뜨리는 검증을 스스로 돌리고 그 결과를 그대로 적는 것이 약속이 아니라 증거를 남기는 방식입니다. 만든다, 분석한다, 기록한다. 오늘은 세 번째가 특히 중요했습니다.
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를 권하는 내용이 아니며, 개인 계좌나 포지션 수치는 담지 않았습니다. 여기서 공개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판단했나이지, 무엇을 얼마에 샀나가 아닙니다.